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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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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그리며 마문자(故최영식 부인)
작년 이맘때 당신은 십년전 여권 만들 때 찍었던 사진 필름을 저에게 주시면서 영정사진을 만들어 오라고 하셨죠.
저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어요. 올 것이 이렇게 빨리 다가오고 있다니... 정신을 차리고 나서 "영정사진이 뭐 그리 급해요. 천천히 만들어도 되는데...". 하고 사진을 만들러 가지 않았습니다. 내 눈치를 며칠 살피더니 당신은 혼자 가서 영정사진을 만들어 오셨고 그 사진을 머리맡에 놓아 두셨습니다.
작년 늦가을 우리가 살던 아파트 앞마당에 단풍이 노랗게 든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내평생 가슴이 저리도록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단풍을 보면서 내년에는 저이가 저 단풍을 볼 수 없을 테지 하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습니다. 저이의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소중히 보낼 수 있을까?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친구한테서 <아름다운 이별이야기> 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이 소포로 보내져 왔습니다. 임종을 앞둔 사람과 가족간의 사랑이야기로,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당신은 96년 5월 15일에 간암진단을 받은 다음 2년 8개월간 투병하시다 99년 1월 10일 오후 3시 50분에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열 번째 입원하기 전날인 1998년 11월 22일.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자고 해서 부랴부랴 그 날 저녁에 모여 가족사진을 찍었죠. 이것이 당신과 우리가족의 마지막 사진이 되어버렸군요.
이렇게 당신은 하나, 둘씩 준비를 하시고는, 서둘러 하늘나라로 떠나셨어요. 당신이 저희 곁을 떠나신 지 10개월이 되었는데 엊그제 같기도 하고, 수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기도 하답니다.
세월을 거슬러 제가 당신을 처음 만난 것은 이화여대 2학년 때, 경향신문사 주최로 강원도 청학산 소금강 여행을 갔을 때였죠. 당신은 산을 얼마나 잘 타던지 그때 제 친구 정희랑 붙인 별명이 '다람쥐'였습니다.
그 후 당신은 우리 친구들 등산 안내도 해 주고, 스키장에도 데리고 다녔습니다. 산을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순하면서도 순수하듯이 당신의 이런 순수한 마음과 밝은 웃음에 이끌려서 3년 간 연애를 하며 제가 졸업 후 곧 결혼을 하였죠. 결혼생활 36년간 우리는 3남매를 두었고, 서로 아끼며 신뢰하고 사랑하였습니다.
당신은 눈, 비가와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행을 하였죠. 산과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고 찬미하셨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남의 일도 내 일처럼 발벗고 나서서 잘 도와 주셨죠. 여기저기 어려운 사정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셨습니다.
당신은 정직하고, 성실하며, 책임감이 남달리 철저하셨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몰두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셨죠.
1998년 12월말 경부터 반 혼수상태이면서도 최후의 그날까지 당신의 일을 철저히 하려고 애쓰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당신이 하시던 일을 제가 하게 되면서 당신이 남기신 서류를 볼 때, 당신의 철저함과 성실함에 놀랐습니다.
돌이켜보니, 당신은 저의 멋진 동반자 겸 스승이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모든 것을 두고 떠나셨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당신의 일, 친구, 선후배, 아끼던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당신의 모든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당신의 체취가 흠뻑 담긴 모든 것을 정리하지 못한 채 아직도 끌어안고 있습니다. 당신이 가신 후 당신의 친구, 산악회 선후배들의 따뜻한 온정에 저는 너무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당신은 먼길을 가셨지만, 저와 우리 가족들은 당신이 이 세상에 남기신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며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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