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논단

BIG WALL CLIMBING의 세계적 추세와 대상지
김환민


1. BIG WALL CLIMBING의 추세

등산이 하늘이나 바다에서의 탐험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과학이나 기술의 혜택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인간의 힘과 의지로서 자연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있다.

1988년 2월, 제15회 동계올림픽대회에서 세계 14개의 고봉을 완등한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쓰너와 폴란드의 예지 쿠쿠츠카에게 올림픽 은메달을 수여 하기로 했으나 이에 대해 메쓰너는 '등산은 스포츠가 아님'을 분명히 하여 거절하였다.

이것은 등산을 스포츠의 관점에서 보려는 사람들과 무상의 행위로서의 등산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산악인들간의 갈등이 표출된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19세기 알프스 지역을 중심으로 알피니즘의 확고한 토대를 마련한 등반 가, 머메리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을 산에 던져놓고, 한계를 극복하는 순수한 스포츠 등반과 암벽과 빙벽을 기어오르는 육체적인 즐거움을 중요시 했다. 당시 많은 등반가들이 등정위주의 등반에 급급할때, 그는 보다 험난한 루트를 개척하는 '머메리즘'이라는 직등주의 를 주창했다. 영국의 전위적인 등반가로서 명성을 떨친 그는 1895년, 낭가파르밧을 등반도중 6100m지점에서 실종, 히말라야 최초의 조난사를 기록하기도 한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 각국의 등반경쟁은 히말라야의 8천미터급 봉우리로 이어져, 1921년 영국은 최초의 에베레스트 정찰로부터 1953년 초등까지 9차례에 걸친 등반을 시도 하였다. 1980년대는 8천미터급에서 종주등반과 연속등반, 속도등반이 부각되었으며 낮은 봉우리에서는 알파인 스타일의 벽등반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한편, 국내에서는 등로주의를 추구하던 경남연맹이 눕체에 이어 94년 히말라야의 3대 난 벽으로 알려진 안나푸르나 남벽과 95년 한국 산악계의 숙원이었던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7전 8기로 등정, 국내에도 거벽 등반 시대를 개막했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90년대 초 벽등반 시 대를 개막 했다.

21세기에는 세계의 흐름에 편승 8000m 상업화 시대가 탄생하여 보다 많은 원정대가 광 역화된 대상지를 찾아 원정길에 나설 것이다. 8천미터급 봉우리와 그보다 낮은 봉우리들에 대한 초등시대가 지나가면서 히말라야에서의 등반은 모험과 탐험의 본질적인 면을 추구하게 된다. 즉, 보다 힘들고, 어려운 루트들에 대한 개척등반이나 벽등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970년 안나푸르나 남벽이 초등됨으로써 8천미터급에서 또 다른 벽등반 시대가 시작되었 다. 그 외에도 8천미터급의 무산소 등반과 알파인 등반 그리고 단독등반과 동계등반이 성행했다. 8000m 시대, 거벽등반시대, 속도등반 시대를 넘어 90년대 벽등반 시대로 진입, 새 로운 대상지를 찾아 남극이나, 북극권의 배핀 아일랜드, 페루의 포테시 등 인간의 발자국을 거부했던 수많은 벽들을 찾아 떠나고 있다.

2000년대엔 분명 8000미터 급의 고봉보다, 낮은 봉우리일지라도 등반성 있는 대상지에서 보다 순수한 등반방식으로 행해지는 등반만이 알피니즘의 미래가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이 말은 낮은 고산의 직벽에서 행해지는 벽등반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수많은 볼트 구명을 난타하면서까지 인공으로 벽을 직등하였다한들 그것은 단지 끊임없는 육체적인 노동과 기계적인 모험성, 그리고 자연성이 결여된 등반일 수 있다. 물론 인공등반이 이제껏 커다란 등반영역을 차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가능하면 최대한 자연적인 등반선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알려진 몇몇 벽등반 대상지를 간단히 소개한다.

2. Big Wall Climbing 대상지

Ⅰ.로체트레바스(8516m, 네팔)

끊임없는 눈사태와 낙석으로 인하여 로체남벽은 1990년 처음으로 등정이 이루어지 기 까지 13번의 시도를 거부했다(1990년 슬로바니아의 토모 체센에 의해 초등정. 이 후 등정의혹에 휘말림. 그해 러시아 팀에 의해 재등).
그러나 로체에는 아직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로체트레바스(로체정상(8516m)과 로체샤르(8386m)사이의 칼날능선)라 이름 지어진 루트는 로체남벽보 다 훨씬 위험스럽다. 다른 산들의 트레바스보다는 짧은 편이지만 훨씬 높은 테크닉 을 요구한다.

1993년 에르하르와 진트로일렛에 의해 처음 등반이 시도되었을때, 그들은 노멀 루 트로 시작을 했다. 그들이 사우스콜에 올랐을때 마침내 로체트레버스를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흰설로 덮힌 트레바스를 본 순간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악몽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깍아지른 벽면의 연속, 칼날능선 상에서의 요 구되는 고도의 테크닉등반, 짙게 드리워진 버섯구름. 이 모든것이 8300m와 8500m 사이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등반가들을 유혹하는 이유는 능선중간 부분에 아 직 정복되지 않은 봉우리(8416m)가 있기 때문이다. 로체 트레바스는 산악인들에게 있어서 미래에 남겨진 주요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 다.

Ⅱ.세로또레( 3102m, 파타고니아)

197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 중의 하나였다. 얼음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1200여 미터의 화강암 벽과 악천후는 세계 최고의 산악인들조차 감히 근접하지 못하게 했다. 오스트리아의 에거와 이탈리아의 마에스트리에 의해 초등된 1959년까지 쎄로또레는 리오텔 테레이와 월터 보나티가 '등반불가'를 선언한 적도 있다.

1959년 에거와 마에스트리는 북릉을 통하여 초등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에거는 하산 도중 카메라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정상 사진이 없는 성공은 당시 세로또레의 난이도로 보 아 아무도 믿지 않았다. 10년이 넘는 등정시비 끝에 1970년, 마에스트리는 세로또레로 돌아 와 가스충전식 드릴과 헬기로 공수한 산장을 이용하여 남동필라를 오르기 시작했다.

이 루트는 2년전인 1968년 영국-아르헨티나 합동대에 의하여 처음 시도되었다. 당시 합동대는 4분의 3지점까지 볼트를 사용하지 않고 올랐다. 마에스트리는 무수한 볼트를 사용하여 올랐고 최대고비인 정상 버섯모양의 설벽은 세로또레의 진정한 일부가 아니라며 등반을 마 치고 하산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성공한 팀이 없다.

위치

루트명

난이도

초등연도

초등자

비고

동벽

콤프레서 또는

남동빌라

5.10 A3

1970.12

이탈리아, 마에스트리,

아리몬테,클라우스


데블스 디레티시마

5.12A A4 W16

1986.1

슬로베니아, 예글릭,

카로, 크네즈, 코즐렉,

포드고르닉, 피스트라벡


마에스트리/에거


1959.1

이탈리아, 마에스트리

에거

초등루트

(의혹)

영국루트(시도)

5.10 A4 W15

1981.1

영국, 버크, 프록토

정상335m아래에서 후퇴

남벽

남벽

5.11 A4

1988.1

슬로베니아

S.카로, J.예글릭


안피니토수드(시도)

5.11 A4 W15

1995.11

1995.11

이탈리아, 살바테라

정상90m

아래에서 후퇴

왓스 러브 갓 투

두위 두잇

5.11 A4

1994.1

슬로베니아, 프라포토니, 루킥, 예글릭


서벽

크리스탈리 넬 벤토

(시도)

5.10 A1

1994.11

이탈리아, 지아롤티,

올란디, 라비자

정상210m아래에서 후퇴

페라리

W16

1974.1

이탈리아, 콘티, 페라리,

치아파, 네그리




Ⅲ 배핀 아일랜드(캐나다 동부연안)

이곳 배핀 아일랜드에서의 등반은 적어도 1934년 이후부터 계속 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1994년 이후에야 이 곳의 많은 봉우리들의 잠재적 등반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이섬의 동해안에 위치한 많은 봉우리들이 구체적으로 소개 되지 않았다. 이 섬을 방문해 큰 충격을 받은 한 사진작가에 의해 〈클라이밍〉,〈아메리칸 알파인 저널〉등 잡지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 다. 〈아메리칸 알파인 저널〉에 이섬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렸을때 세계의 많은 거 벽등반가들은 크게 고무되었었다.

세계에서 5번볁로 큰 이섬의 동쪽 연안에는 26개의 거벽들이 나열되었고, 거리로 는 18마일에 이른다. 이섬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수직벽들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요세미테가 이곳에 위치했었다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Ⅳ 마칼루 서벽(8463m, 네팔)

마칼루서벽, 중앙립으로는 아직 등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등의 3048m의 거벽, 지금까지 이곳을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겨지게 한데는 7315m지점부터 시작되는 610m여의 버트레스가 이곳을 굳건히 호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버트레스 베이스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탄환만큼의 단단한 얼음과 여기 저기 솟아오른 불룩한 슬랩으로 이루어진 지역을 알파인 스타일로 1829m를 계속 등반해야 한다. 그리고 겨우겨우 이곳에 도달하더라도 610m의 깎아지른 버트레스를 등반해야 한다.

그리고 피로와 추위에 지칠대로 지친 당신의 머리위로 마지막 305m의 믹스등반이 당신의 한계를 시험하려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거대하고 고난도의 기술등반을 요구하는 마칼루 서벽에서는 siege-style(요세미테에서의 홀링 등반)의 등반을 빼놓 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알파인 등반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빨리 움직이고 '죽음의 지대'에서 시간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마칼루 서벽같은 루트들은 미래의 등반 대 상지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고도에서 5.9급 이상의 피치를 속공등반 할 수 있는 등반가들이 전세계적으로 볼때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능력을 지닌 등반가일지라도 이같은 대상지앞에서 대담성을 지닌다는 것은 전혀 다른 자기 자신을 시험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siege-style과 알파인 스타일 등반의 합의점을 찾는다면 등정의 가능성은 좀더 높 아 질 것이다. 말하자면 캠프간에 최소한의 픽스로프를 사용하여 등반하는 캡슐스 타일의 등반이 될 것이다.

Ⅴ. K2 서벽(8611m, 파키스탄)

K2에는 새로운 루트를 시도하려는 팀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거기에는 충분한 이 유가 있다. K2는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산으로 알려졌다. 노멀루트인 아부르 찌 릿지를 목표로 해서 일때라는 가정하에서다.
어떤 측면에서는 K2에서의 루트개척은 마지막 남겨진 최고의과제다. 북, 동, 남벽 모두 아직 등정이 되지 않은 메이저 급의 대상지다. 그러나 최고의 등반가들은 입 을 모아 서벽이 최고의 등반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누구도 보이체크 쿠르티카만큼 서벽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그는 이 루트를 4번에 걸쳐 등반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고 도달점은 베르그쉬런드(6400m)를 지나 213m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사실 베르그쉬런드는 서벽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위치해 있다. 이는 서벽이 2195m의 수직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높이의 부족함은 깎아지른 경사도와 거대하게 펼쳐진 벽 만으로도 충분히 위엄을 갖춘다.

"등정에 성공하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등반가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 습니다." 라고 유명한 등반가 불러는 전한다. 그러나 진정한 가치 앞에서 죽음을 두 려워 않는 최고의 등반가들에 의해 언젠가는 K2 서벽도 자신을 낮출 날이 있을 것 이다.

Ⅵ. 루쓰 골지 브래들리( 알래스카 )

가장 기술적 등반이 요구되는 미개척 등반 대상지가 알래스카에 위치한 브래들리 남면에 위치한다.
최근 엘니뇨 현상으로 비롯된 겨울의 온화한 날씨를 이용해 몇몇 팀들이 이 지역 으로 모여들었다. 98년 겨울 10시간의 태양빛이 내리쬐는 기상조건에도 불구하고 1200m높이의 빙하지역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에는 겨우 5시간의 햇볕을 대할 수 있 었다. 등반길이는 1000m여가 이어지며 60m 자일일 경우 23피치가 소요된다. 그중 에서 13개의 루트는 최고의 난이도 등반을 요구한다. 전체적 등반 그레이드는 5.9, A3, W16X이다. 그리고 동계를 제외한 등반시즌에는 훨씬 새로운(어려운) 등반대상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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