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5. 회원 가족이 보는 동악

Ⅴ. 산악회 사람들과의 인연
양은숙

여기서 난 동국대학교 산악회 사람들과 인연(因緣)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내가 대학산악부에 들어간 동기는 1학년초 신입생 환영회 때 산악부에 있던 선배언니가 멋있게 보여서였다. 그때까지 산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운동신경도 별로 없었던 나에게는 모든 산행들이 힘들고 어렵기만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산행에 산악부를 포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언제나 따뜻한 애정과 믿음을 안겨주는 선배언니들을 저버릴 수가 없어서 자의 반(自意半), 타의반(他意半)에 의해 산악부 생활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그렇게 힘겹기만 하던 산은 이제껏 내가 느낄 수 없었던 매력과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신비한 세상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난 타의가 아닌 자의로써 산을 원하고 동경하게 되었다. 무심코 손을 잡혀 읽어 본 대학산악연맹에서 나온 ‘엑셀시오’, 그 속에서 난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를 눈앞에서 접하게 되었다. ─ 동국대산악부 ‘아이거 등정’─. 무척이나 등반하기 어렵다는 아이거 북벽등반을 시도하다 자신의 쟈일 파트너인 선배를 사고로 잃고, 자신도 헬기에 구조된 사람. 그러나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다시 도전, 아이거 북벽을 끝내 정복하여 파트너 선배의 한을 풀어준 한 동국대 산악인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내게 그 글을 쓴 김진성이란 사람과 동국대 산악부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와 작은 동경이 나의 가슴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기대는 잠시뿐...... 내 마음속의 기대와 작은 동경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사건이 얼마 지나지않아 생기고 말았다. 내가 있던 이화여대 산악부와 동국대 산악부가 우연히 같은 산행의 옆자리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었던 우리 이화여대 산악부와 동국대 산악부 사이에서 작은 오해(誤解)가 생기면서 서로 언쟁이 오가고, 심지어는 큰 소리까지 나게 되었다. 그 일은 동국대 산악회에 대한 나의 기대와 동경을 ‘와장창’ 깨뜨리고 말았다. 그때만해도 순진한(?) 1학년이었던 내겐 그 일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고, 그 오해는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야 풀리게 되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내가 본 동국대학교 산악회는 단위대학 산악부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풍기는 강인함과 자부심(自負心), 그들의 단결력(團結力)은 그들이 빚어 낸 수많은 등정기록에서, 그들의 눈동자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지켜만 보던 동국대학교 산악회의 소중한 인연이 맺어진 것은 우리 남편과 나의 만남이 시작되면서부터 였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나서 1년동안 시간강사를 하며 임용고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험을 치르고 발표만 기다리던 중 우연히 지금의 남편과 함께 대학산악연맹 동계 훈련등반을 가게 되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우리는 만났고, 사랑하고,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다.

결혼 전 한번은 남편과 충무로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동국대 재학생 부원들에게 들킨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주며 ‘너를 사랑해’란 노래를 불러주었던 2학년의 박경원이라는 후배가 남다른 인연으로 기억된다. 왜냐하면, 언제나 바위같은 이미지의 동대산악부에 그런 따스함이 있다는 것이 내겐 또다른 새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젊은 나이에 생(生)을 마감한 그를 잊을 수가 없다. 산을 사랑하다 결국 인수봉이라는 산의 품에 안겨 떠난 사람...... 결혼생활이 힘들거나 어렵게 느껴질때는 그가 불러주었던 노래가 생각난다. 그러면 우리의 사랑을 축하해 주던 그 노래속의 사랑과 축복(祝福)이 다시 마음속에서 피어올라 내 삶과 가정에 훈훈한 활력을 준다.

한 산악회의 일원이면서 동국산악회 FAMILY인 내가 바라보는 동국산악회는 여러점에서 부러운 점이 많다. 그중 첫번째는 산악회에 대한 자부심(自負心)이다. 모든 일상사에서 산악회일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모습, 이것이 동국산악회를 계속 발전시키는 저력(底力)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는 선후배간의 돈독한 우정이다. 선배에 대한 후배들의 끝없는 존경(尊敬)과 믿음, 그리고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삶의 의지가 되어주는 선배들. 이러한 믿음이 기반(基盤)이 되어서 20세에서 60세까지의 동국 산악인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단결(團結)할 수 있는 것 같다.

동국산악회에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들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내게 가장 인상적인 일들중 몇가지만을 이야기해 보았다. 앞으로도 동국산악회가 계속 발전하기를 바라며 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박경원후배의 명복(冥福)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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