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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변함없이 우릴 반겨주는 저 하얀산에
김환기
11월 27일
네팔의 생활에 적응되어 간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아무생각없는 하루하루가 시작된다.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오늘 좋은 컨디션으로 즐거운 아침이 시작된다.
phakding을 떠나 가끔 저 멀리 보이는 하얀산을 바라보며 힘든줄 모르고 산행을 한다,
오전 7시 30분경 출발하여 Monjo에 있는 국립공원 입산통제소에서 입산료 650루피를 지불하고 Jorsale까지 계곡길을 따라 걷다가 남체로 오르는 능선에 붙는다.
2900m에서 3440m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다. 먼저 시장기를 느낀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급속도로 체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주저앉는다. 전날 롯지에서 인사했던 사람들이 모두 내앞을 지나간다. 일말의 창피함도 느낄 겨를조차 없다. 한참을 앉아서 그대로 쉰다. 졸음이 와 졸았다. 추위가 느껴져 파일자켓을 입었다. 고산병의 시초인가 보다.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몸에 무리를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조금씩 걷는다.
남체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까지 가까스로 오른다. 홍차 한잔과 생수 1ℓ를 그자리에서 마셔버린다. 갈증이 몹시 심하다. 나의 파트너가 도움을 준다. 자존심이 상하려다, 몹시 고단하니까 넘어간다. 곧 오늘밤을 묵게될 롯지에 도착한다. 햇살이 너무 따뜻한 롯지의 식당에 앉아 끝없이 홍차를 마셔댄다. 너무 물을먹어 속이 불편하고 기분도 좋지않았다. 쇼킹면을 먹는다. 얼큰한 라면국물이 들어가니 속이 편해지고 기분도 한결 나아진다. 시를 적어본다.
아침햇살 받으며 길을 떠나세
시름 짐 벗어놓고 계곡 건너며
우리를 반겨주는 저 하얀산을
말없이 바라보며 나는 서있네
거친 호흡 고르며 산에 오르네
등줄기 가득히 흐른 구슬땀
구름도 쉬어가는 저 언덕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아마다블람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롯지
산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 모였네
모닥불 꺼져가는 이야기 꽃에
내일의 산행 가슴 부푸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아
우리 모두 모여서 산에 오르세
한없이 아름다운 저 하얀산에
변함없이 우릴 반겨주는 저 하얀산에
11월 30일(일요일)
날짜도 요일도 모른채, 산과 고산증세와 호흡 및 정신집중에 모든 신경을 쏟으며 벌써 30일이 되었나보다. 몇일동안 산에 있었는지 모르겠고 또 알고 싶지도 않다. 오늘 날짜와 요일을 가르쳐 준것은 Macherma에 있는 Namgyul 롯지에 다이닝룸의 벽시계다. 대부분 롯지가 시간이 맞지 않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배려다. 오늘 Dole(4040m)을 출발 Lhabarma에 이르니 초오유의 장관이 눈앞에 들어온다. 가슴벅차 오르는 그 무엇이, 그 웅장하고 드넓은 모습이 그간 나의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던 모두를 폭발시키며 눈물겹도록 벅차오른다. 고산에서의 산행은 고도가 주는 어려움 특히 호흡의 곤란함을 운행시 호흡조절과 몸상태에 따른 휴식으로 극복하는 것인가? 어설픈 호흡과 명상으로 몸의 상태를 바라보며 고소가 주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 고소가 주는 어려움이 없다면 어찌 이러한 여유와 휴식을 누릴 수 있을까. 조급증에 걸린 우리네는 시간과 컨디션만 허락한다면 정신없이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을터인데. 고산은 우리를 휴식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든다. 묘한 기분이다. 고산은 우리의 행동을 극히 구속하게 된다. 맨손체조와 팔운동,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극적인 흥분 등 이러한 평상적이고 조심스런 몸동작 이외의 행동에는 고통이 따른다.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프다. 항상 조심스럽고 차분히 가라앉은 정신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몇일전 만났던 어느 스님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의 정서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또 “인생은 얻는것 이라기 보다는 버리는 것이다. 무엇을 버리느냐 하면 인간이 품고 있는 열등감을 버리는 것”이라는.
12월 6일(토요일)
사랑하는 당신께
별일없이 산행을 마치고 에베레스트에 도착하였오.
전화를 하려하니 고장으로 되지가 않았소,
아름다운 하얀산과 고소로 인한 호흡곤란, 밤의 추위, 너무 물을 많이 마셔 밤마다 몇번씩 소변을 보러가는 일, 롯지에서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음악을 듣는 일 등 참으로 단순하고 마음 편한 시간들이었오, 10일간의 산행이 단지 순간처럼 느껴지는 구려.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오.
무엇이 이토록 만족스런 시간을 만들어 주었을까?
열흘간 머리도 못감고 발도 못 닦고 날마다 가쁜 호흡과 힘든 산행들의 연속.
이런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니까 전생에 혹시 이산에서 살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드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넘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하얀산 들.
아마다블람을 보았을 때 피곤함을 잊게 해주었고 웅장한 초오유는 가슴벅찬 감동으로 내게 힘을 주었소.
고쿄를 지나 5000m 고지에 있는 호수들, 5800m 고지에서부터 드러나는 에베레스트 또한 대단함과 성취감을 안겨주었오,
고글없이 5800m 고지에 올라 설맹현상으로 밤을 꼬박 세운밤도 있었오.
이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가오.
스트레스에 찌든날들, 사소한 일에도 극도로 날카로워진 지난 1년여간의 생활들이 말끔히 정리되고 편안하고 안정된 감정상태에 이르는것에 나도 대단히 놀라고 있오,
이 상태가 귀국후에도 지속되기를 기도하는 심정이오.
당신과 아이들이 보고 싶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문득문득 당신의 사랑이 가슴속 깊이 느껴지오.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으로 내가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생각이 드오.
산행중에 롯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대부분 20대의 젊은 사람들인데 내 나이 38.
중년의 한 인간으로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고 앞으로 주어진 삶은 또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지 자꾸 조여드는 구려.
지난 세월 당신과 함께 살면서 당신께 무엇을 해 주었는지.
당신의 극진한 사랑만을 받은것 같아 후회스럽소,
참으로 감사하오, 사랑하오.
앞으로 당신과 함께 열심히 보람된 인생을 만들고 싶소,
우리함께 지혜를 모아 멋진 인생을 살아봅시다.
앞으로 10일 이후에나 귀국하게 될 것 같소,
우리 너무나도 보고싶은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내고 반갑게 당신을 만나고 싶소,
네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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