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II. 희양산
유태원

매년 오월 캠퍼스 축제가 무르익고 싱그러운 자연이 숨쉬고 대지의 화려함을 자랑할때 여지없이 우리 산악부원은 축제를 뒤로하고 기슬링을 꾸려 춘계 암벽 훈련장인 희양산으로 발길을 옮기고 위로라도 하듯 선배들이 찾아와 떠나는 전날밤 마장동 여관에서 늦도록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새벽 점촌행 완행버스에 아롱아롱하며 기슬링과 함께 마음도 버스에 싣고 어두운 새벽 안개를 헤치며 서울을 빠져나가면 광나루 다리건너 장호원에 도착할때쯤 찬란한 태양의 빛과 신선한 아침공기, 그리고 푸근한 시골 장터의 해장국으로 향수와 속을 진정시키노라면, 계획에도 없는 선배 한분이 동행함을 그때서야 알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리둥절해진다. 흰고무신 잠바 차림에 지게 작대기로도 쓸 수없는 지팡이 하나에 엄지 손톱크기의 목탁을 두어개 매달고 도사처럼 느긋하게 딴청을 하고 계신다.

연풍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읍내의 정육점, 차방, 구멍가게, 막걸리집, 중국집등 오손도손모여 있는 시골 내음을 흠뻑 머금을 사이도 없이 기슬링 무게때문에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 땀방울을 흘려 안경을 적시길 수차례 은티마을 느티나무 아래에 도착하면 모든것이 새롭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즐비하게 서있고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물, 초가집 몇 채, 그리고 두평 남짓한 방 마루 위에 풍년초 몇개, 소주, 됫박으로 파는 막걸리, 비스킷 몇개가 모두인 초미니 구멍가게......

풍년초 몇개 기슬링에 넣고 다시금 고행길로 접어든다. 이곳 은티에서 지름티재는 분지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항시 날씨가 좋지않고 안개도 자주 끼는 곳 이기에 운치를 더해준다.

은티에서 보면 좌측에 시루봉 중앙에 해발 989m의 희양산 그리고 지름티재와 九王峰 은티재로 병풍을 이루고 있고 이름모를 비목이 잠들어 있는 지름티재에는 경북에서 충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골바람이 나그네의 시름을 덜어주는 쉼터가 되기도 한다. 이곳은 좌우측 암벽과 능선사이로 조선 최고의 산삼인 봉삼의 자생지로서 조선 총독부가 발행한 조선의 약초를 조사한 책에도 소개되었으며 현재도 가끔 봉삼을 캐고있다는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높이 300m 폭 800m의 대암벽이 자리잡고 있고 그밑으로 백운암, 백련암, 봉암사가 붉은 봉황이 알을 품고있는 자세의 중요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백운암을 찾아 기슬링 멜방을 조이고 잡목이 가득 우거진 좁은 오솔길을 여러번 오르내리면 조그마한 암자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비가와서 젖은 옷을 말리려고 암자 아궁이에 불을 가득 일구고 고참은 방에서 저학년은 부엌에서 옷과 신발을 말리느라 분주하지만 까딱 잘못하면 모두 태워먹기가 일쑤이고 방에서는 춥다고 나무 많이많이 때라고 고함지르면 시키는대로 하다보면 두어시간후면 방은 지글지글 끓어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대이동을하고 한참을 난리법석을 부리다보면 슬리핑백의 닭털이 눌어서 통닭구이 노린내가 날때쯤이면 고참도 결국 부엌으로 몰려와 한자리 비집고 들어오고 방은 새벽녁까지 텅텅빈다.

시간이 흘러 새벽녁, 방이 식을때면 다시 부엌에서 방으로 이동하게되고 이때부터 저학년의 하루는 시작된다.

안개 자욱한 산사의 새벽은 근엄하기 보다 엄숙하고 인간내면 깊숙히 자리한 본능을 잠재울 수 있는 힘과 마음의 문을 열고 모든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우정과 낭만의 추억을 엮어 줄수 있는 충분한 곳인가 싶다.

한쪽에서 행동식 김밥을 싸고 장비를 추려 마당바위로 향한 봇짐에 호미하나 달랑들고 산나물캐러 마포형님은 어디론가 사라지시고 다람쥐 잡새는 무서워하지도 않고 이리뛰고 저리뛰며 마당바위에서 Bolt박는 함성 소리와 Seil확보자세로 ‘앙카 허’가 메아리치면 Top암벽타고 파트너들 하루종일 앉았다. 설마 하면서 빌레이보다 보면 어깨는 끊어지고 손은 부르트고 심신이 고달프다.

암벽 코스 개척은 온힘과 정열을 쏟아야 결실을 맺을수있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엄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인생의 간접 체험을 통하여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판단력을 기르고 개척 정신의 함양을 위하여 이렇게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게 아닌가 싶다.

혼신의 노력으로 기진맥진한 몸으로 하산하여 백운암에 들어서면 마포 충배형님께서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다.

아침부터 캔 산나물과 더덕으로 햄을 잘게 다져 밀가루에 묻혀 기름에 바싹바싹 튀겨 놓고 더덕은 시뻘건 고추장에 양념하여 숯불위에 올려놓고 맛나게 구워 놓고 온갖 이름모를 산나물을 가진 양념으로 묻혀 놓았으니 하루종일 김밥한덩이와 크레카 몇조각으로 때운 대원의 눈에서는 광체를 발하니 산해진미가 따로없고 부러울것이 하나 없더라.

성대한 만찬이 끝나면 신입생을 위한 야자타임과 신입생 환영 차를 만들어 커피 냄새맛을 듬뿍나게 커피를 많이 넣고 화한 박하 냄새를 내어 맛을 돗구기위해 치약을 넣고 힘 좋아지라고 더덕 한뿌리 그리고 약간의 된장, 그리고 간장으로 간하고 참기름 한방울 연유 두방울 넣고 팔팔 끓이면 드디어 멋진 동악차가 탄생한다. 맛이 기가 막힌다. 진한 커피맛에 화한 박하냄새 은은한 더덕 그윽한 한약 냄새를 연출한다.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맛을 알 수 없는 새로운 경지의 산사의 차가 되는 것이다.

어두워지는 산사의 분위기속에서 그윽한 차내음이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이것은 신입생 부원에게만 주는 특별한 동악차임을 명심해야 한다.

차에 취해서 우주를 한손에 잡았다 놓았다 하는 동안 멀리 가은마을에서 막걸리가 도착하고,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면 쏟아지는 별과 흐르는 은하수를 벗삼고 부엉이 소쩍새 소리 귓가에 그윽할때 내일의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위하여 Tent문을 잠그고 내일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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