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동악40년사

I. 동악 40년 약사
1971년 ~ 1975년

김광진

동국산악회에 있어서 이시기의 등반사적 의의는 장기적인 종주등반을 통한 제반 기술의 체득과 팀웍과 체력강화를 들 수 있겠다.
이 시기도 예전처럼 근교 암벽과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을 주요등반의 무대로 삼았지만 무엇보다도 이시기를 대표할 만한 등반은 72년의 동계 태백산맥 종주등반(한계령~오대산 월정사)으로 28박 29일 소요된 이 등반은 종주등반 기간으로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것이었다.
또한 같은 코스를 대상으로한 그해 하계등반은 이 동계등반을 위한 준비등반이라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그만큼 이 등반은 이시기의 상징적인 등반이었고, 또한 이러한 장기적인 종주등반은 동국산악회를 통해서만 획득 가능한 가장 큰 팀 칼라를 이룬다.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팀웍의 72년 동계 태백산맥 종주등반을 간략히 기술키로 한다.

글을 쓰기에 앞서 먼저가신 故 김충배 선배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빌며 산을 향한 후배들의 영원한 마음에 등불이 되어 東國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새벽녘 동마장 터미널의 매서운 바람속에서 무려 38개에 달하는 식량 BOX등 장비를 배웅나온 몇몇 악우들과 김충배 선배, 이상철(1학년)과 함께 강원도 현지에 첫 BUS에 싣는 작업으로 하루일과가 시작되었다.
떠나기전 짐을 꾸릴때부터 짐 수송문제 때문에 걱정이 된것이 현실에 부딪치자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BUS 승차시부터 승강이가 벌어졌다. 3명의 승객짐으로는 너무많아 승차거부를 하는바람에, 등반장비 및 식량 BOX가 졸지에 전방부대 위문품으로 둔갑되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자 이제는 현재부터 본대와 합숙키로한 진흥동까지의 짐운반이 난제로 남았다.
여러 요소에 탐문한 결과 전방이라는 지역 특수성을 십분이용하여 군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편이라 생각되어 헌병대 초소를 찾아가 목적지 방향의 군용차 운행 상황을 알아보니 마침 오후에 공병부대 트럭이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김충배 선배의 섭외로 두번째 관문을 넘고보니 세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첩첩산중인 조그마한 길에 우리 3명과 엄청난 위문품(?)만 뎅그라니 남겨두고 고마운 군인들은 떠나 버렸다. 멀리 떨어진 농가에서 손수레 한대를 빌려 가는데까지 가보자고 다짐하며 눈덮힌 시골길을 배고픔도 잊은채 몇번인가를 왕복하다보니 어느덧 밤이 늦어서야 피곤한 몸을 끌고 어느 외딴집 문간방에 머물수가 있었다. 상철이의 막걸리 심부름으로 밤이 깊도록 김충배 선배와 이번 등반의 계획 및 실제상의 문제점 등 이야기를 나누며 또한 내일 짐운송 걱정을 하며 잠을 청했다.
이튿날 아침부터 서둘러 손수레를 끌고, 밀며 구덩이에 빠지기를 몇번인가를 하면서 전진하다가 오후 나절에 마중나온 본대의 대원들과 만났다. 반가움도 잠시동안 짐수송 계획의 치밀성 부족등에 대한 김충배 선배의 호된 꾸지람이 있었다.
서동환 대원의 기슬링에서 석유가 흘러 운행중 등허리가 쓸려 화상을 입어, 치료차 현리 병원에 다녀왔다.
본대와 합류 지점인 진흥동에 도착하니 대원 모두가 지치고, 사기가 저하되어 있어 분위기가 무거워 보였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데다가 당시만해도 교통이 원활치 못했고, 게다가 대원이 부족하여 약 1달간의 종주등반에서 중간, 중간의 식량 및 장비 지원이 용이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무리한 계획을 세울수 밖에 없었다.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밤늦도록 김충배 선배는 대원들의 장구류(신발, 오버슈즈, 스팟츠, 설피)등을 보수, 수선하느라고 바쁘셨다.
한집안의 맏형같은 의연함과 섬세한 보살핌으로 대원들은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감을 씻고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산행을 시작하곤 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과 짙은 안개와 강풍은 하루 운행 전진거리를 2km이내로 붙잡았으며 이러기를 몇일인가 계속되다보니 한마디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산행속에서도 대원들의 희생정신과 단결심으로 춥고 긴 겨울밤을 설동 속에서 산 얘기도 하고 서로를 위안하면서 꼭 성공리에 등반을 마치자고 굳게 언약을 하였다.
신심이 괴롭고 마음이 나약해질 때마다 산노래를 합창하고 예전 산행에서의 에피소드나 미담 등을 큰소리로 지껄여 대면서 동악의 연륜과 긍지를 가슴속에 새기면서 새로운 용기를 북돋우게 하였다.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대원 모두가 몹시 지쳐있어 구룡령에서 하루의 휴식을 취하였다. 이영진 선배가 갖고오신 귀중한 선물(?) 인 쌀을 받아쥐고 정성껏 밑반찬 등을 조리하여 그야말로 산상에서의 진수성찬을 차렸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쌀밥인지......
저녁에 고학년 중심의 회의를 한결과 본대를 2개 Party로 나누어 한팀은 계획대로 능선종주를 하고 또 한팀은 청도리 (독립가옥이 있음)로 우회해서 계곡(군사도로 있음)으로 북대사를 거쳐 상원사에서 만나는 것으로 산행계획을 변경 하였다.
능선 종주팀은 최대한 짐을 줄이고 운행속도를 빨리하여 계획대로 만월봉, 북대사, 비로봉을 거쳐 상원사에서 계곡팀과 합류 함으로써 길고 긴 동계등반의 산행을 마쳤다.
약 1달간의 이번 등반에서 우리는 몇가지 중요한 체험을 하였다.
첫째, 설상에서의 제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배양. (설동구축의 위치선정, 구축방법의 다양성, 효율성 능선 및 계곡에서의 진행로 선정 및 루트개설, 신설 및 습설에서의 운행방법등등......)
둘째, 장기 산행에서의 팀웍 및 체계의 중요성. (대원등의 성격, 특성분석 및 사기앙양책, 심적갈등 극복 등)
셋째, 산행중 상황변화에 대한 대처능력. (기후, 대원등의 컨디션, 식량차질, 일정차질, 도피로 등)
넷째, 대원등의 강인한 정신력 배양. (지구력, 내구력, 판단력, 친화력, 협동심, 희생정신 등)
다섯째, 히말라야 등반을 위한 기초훈련의 중요성 체험 및 자신감을 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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