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 회원가족의 글

히말라야 로체 트레킹 감상 / 원유순(안규섭회원 부인)


작년과 올해 남편의 산행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뭐 통신동호회를 들었다나, 뭐라나...... 아주 열심이다. 전국구가 되었다.

덕분에 나도 전국의 산을 탐승할 기회가 생겼다.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추구하는 집착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전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열정은 아직도 숨어있다.)

그러면서도 가족(생계)를 먼저 챙기는 그가 고맙고 기특하기만 하다.

이제 철이 좀 드는가?

요즘 주위에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나도 은근히 가보고 싶어진다.

내가 갈 수 있을까? 기회가 주어질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고 망설이다, 밑져야 본전이다. 생각하고 슬며시 남편을 찔러본다.

흔쾌히 “다녀와라”다- 우연히 기회가 오면 좋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보아도 좋겠단다. 같이 가는 것이 좋겠지만 혼자 다녀와도 좋단다.

나를 시험하는 것일까? 아니면 양보하는 것일까?

기회가 오면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인터넷 여행을 하면서 여기저기........ 이것저것 챙겨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런데....... 아! 왔다.

그것도 동국산악회에서 박영석대장과 동행으로...........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기회인가! 남편도 다녀오기를 권한다.

집 걱정 말고.....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그래,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녀오랴 하고, 가자고 마음먹는다.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가족(딸2. 남편)들의 도움과 배려가 고맙다.

이왕 다녀오는 것, 부족함 없이, 편안하게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 같다.

그럭저럭 남편을 따라 산에 다니며 준비했던 것들과 남편의 장비를 챙기니, 그리 부족함은 없을 것 같다.(여기서 한 가지 남편의 짐 꾸리는 솜씨는 가히 경이적이다. -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 조목조목 목록표를 만들고 각각의 잡낭에 내용물을 표기하고, 접어 넣고....... 허 참! 그 솜씨 집안 챙길 때도 좀 부려보지- 아쉬워라......)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히말라야 네팔, 카투만두........ 들뜨고 흥분된 마음이 된다.

카투만두에서의 휴식과 여행, 너무나 인상적이다.

지저분함과 순박함, 혼란함과 경이로움......... 혼돈과 충격이 오락가락한다.

토속주인 ‘창’을 먹은 후 시작된 배탈이, 처음부터 조금은 몸을 지치게 했지만 여행의 즐거움과 트레킹을 통한 자연과의 동화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말로 다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시 한번....... 아! 감사합니다.

그러나, 페리체(4100M)에서의 고소증세가 나를 붙잡는다.

일행에서 쳐져 끈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된다.

일행과 떨어져 팡보체(3800m)로 내려와 여러 날을 머물게 되었다.

구토, 몸살, 설사가 나를 마구 뒤흔든다.

그것들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 적이 있었던가?

설상가상으로 준비했던 감기약과 설사약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뒤져봐도 없는 것이 들뜬 마음에 카투만두에 두고 왔나보다, 아니면, 언니들의 짐에 들어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나를 질책하며 하루를 그렇게 지내고 보니 탈진.......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다.

지나온 날들, 집과 가족, 친정, 친구.......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무엇이든 먹고 정신 차려야지 하는 의지로 롯지 아줌마가 해주는 죽과 스프를 먹으며 몸을 추슬러본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보니 주변의 모습들이 조금씩 머릿속에 들어온다.

몸도 나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따라서 진정으로 그곳의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얼마만에 가져보는 나만의 시간, 나만의 휴식인가!

웅장한 주변의 산들은 인간들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한 신의 배려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 웅장한 외압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경건해진다.

나날이 눈에 익어가는 주변 경관이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롯지에는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로 친숙해지니 능숙히 통하지는 못하지만 웃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차도 마시며 서로의 마음을 연다.

어떤 이는 약도 챙겨준다.

참으로 고맙기 이를 데 없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롯지 아줌마와는 정이 들었다.

밥도 같이 해먹고, 가족이야기며, 살아온 이야기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식들을 카투만두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이곳에서 돈을 벌고, 남편은 외국 등반대의 요리사를 하며 돈을 번단다.

부모의 마음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 억척스럽고 순박한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아 참으로 정겹다.

그 와중에도 일행의 소식이 궁금하다.

천둥이 치고, 우박이 떨어지니 별일이 없을지 불안한 마음이 된다.

롯지에서의 머무름이 지루해질 즈음, 몸도 많이 나아져서 일행을 만나러 출발한다.

롯지 아줌마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며 길을 간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안녕하세요?”하는 셀파의 인사말이 불안함과 외로움을 씻어주며 들려온다.

또........ 아! 고마운 이들!

언니들 모두 건강한 모습이다. 고소증세로 고생한 사람도 있었다하나 모두들 즐거운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네들은 내가 견딘 며칠간의 아픔, 외로움, 불안함의 고통을 알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힘든 상황을 견디게 한 의지의 원동력은, 가족들의 기다림과 일행들과의 무사한 만남의 기대가 아니었을까 생각되어 진다.

‘이제 집으로 가는 구나!’하는 하산 길의 생각이 아쉽기만 하다.

또 와야지........

출발할 때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몇 가지의 깨달음이 있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불평불만은 배제하고, 적극적으로 사고하며, 주위를 보살피는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여러 가지로 헤아려주고, 보살펴준 등반대원들과 산악회원님들,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부족한 글 솜씨로 ‘로체’ 트레킹의 감상을 적어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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