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춘계산행 보고서

날짜 : 5월 25일(금) ~ 27일(일)

대장 : 이누리(08)

대원 : 권우석(11) 김현석(12) 권영아(12)

대상지 : 설악산 서북주능선(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귀때기청봉-한계삼거리-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희운각대피소-비선대-소공원)

날씨 : 아주 화창하였음!!!

 이번 정기산행은 저에게 있어서는 첫 설악산 산행이고 첫 종주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이누리 대장님께서 하계훈련에 앞서 설악산종주를 경험케 하고자 하셨습니다. 실제로 하계훈련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으며, 걱정도 앞서긴 하나 하계훈련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자신감까지 생겼습니다.

 5월 25일 금요일

 고속버스가 6시 40분 출발이라 평소보다 좀더 일찍 패킹을 하고 부실을 떠났어야 했습니다. 오후 4시쯤 장을 보고 패킹을 하여 6시 조금 넘겨서 부실을 떠났으며, 아슬아슬하다 못해 1,2분 늦게 버스에 탑승하였는데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버스를 탄지 얼마나 지났을까 하늘은 깜깜해졌으며 2시간쯤 지나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장수대쪽으로 입산하였습니다. 얼마쯤 안 올랐는데도 인공계단이 많이 놔져 있어 편하긴 하였지만, 이거 없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였습니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에 버스에서 같이 내렸던 한 아주머니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혼자 산에 올라 야영까지 하실 정도로 강인하고 멋있는데다 친절하기까지 했던 아주머니였습니다.

 대승폭포 전망대까지 한 30분쯤 오른 뒤 대승폭포데크에서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저는 이때 처음으로 비박을 해봤습니다. 쏟아질 듯 무지 밝고 개수도 많은 별들을 보며 잤습니다.

5월 26일 토요일

 아침 4시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났습니다. 아침밥으로 삼겹살과 라면을 먹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두 가지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기엔 충분하였습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두 선배님은 오전에 배가 고파 짬장인 저를 원망하셨답니다…… 밥에 좀더 신경 쓰겠습니다…^^;; 설거지를 마치고 패킹한 후 5시 15분 출발하였습니다. 5시 30분쯤 처음이자 마지막 계곡이 나왔습니다. 개인 당 5L씩 물을 채웠습니다. 저는 설마 했는데 정말 이게 마지막 계곡이었습니다. 그래도 페트병을 구해와 든든하게 물을 채운 터라 물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얼마쯤 걸었을까 6시 50분에 대승령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아저씨를 만났는데, 저희에게 나물 캐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사실 전 배운다 해도 나중에 괜히 캐겠다고 캤다가 엉뚱하게 독이 있는 나물을 캐게 될까 두려워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그래도 친절하게 저희가 가게 될 길에 대한 정보까지 알려주셔서 ‘역시 산에는 좋은 사람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간중간 휴식을 하며 계속해서 걷다가 10시 40분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호경필 선배님께서 지원해주신 파워웰을 먹었습니다. 먹기도 간편하고 물도 적게 필요로 하며 영양분도 풍부하여 산에서 먹기에는 제격입니다!!! 전 정말 그거만 먹어도 배가 안 고팠는데, 두 선배님께선 한국인은 역시 밥을 먹어야 한다며 다소 허기지다고 하셨습니다.

 여차여차 별다른 일 없이 계속해서 걷다 보니 12시경 어느새 귀때기청봉에 도착하였습니다! 시원하게 바람이 부니 상쾌했습니다. 끝청에 표지판에 나와있는 내용인데, 귀때기청봉 명칭의 유래를 잠깐 얘기해드리겠습니다. 귀때기청봉이 자신이 가장 높은 봉우리라며 으스댔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나머지 더 높은 소청, 중청, 대청 삼형제가 귀 싸대기를 때려서 귀때기청봉이라 불리게 되었답니다.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봉우리입니다. 귀때기청봉에서 돌길을 내려가 1시 30분 2차 점심을 먹었습니다. 간단하게 라면을 팔팔 끓여 먹었습니다.

 이때쯤부터 저의 시련이 시작되었습니다. 갈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계속해서 물 마시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쳐서인지 짐까지 더욱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한 걸음 한 걸음 디디는 것조차 싫을 정도였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매우 가벼워 보이는 짐을 메고 등산하러 온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산을 좀 즐기고 싶단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통은 정말 잠시인 것 같습니다. 그때 그 고비만 넘기고 나면 되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대학교 산악부야말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인 만큼 힘들어도 이겨내고 싶습니다!

 2시 10분 한계삼거리에 도착하여 두 선배님은 물포인트를 찾으러 나셨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오셨습니다. 다소 허탈하였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4시 35분 이날의 종주를 마쳤습니다. 중청대피소까지 약 2.5km남긴 지점에서 운행을 마쳤습니다. 이날 저희는 약 12km를 운행하였으며, 대장님께서 적당히 걸은 것이라기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저녁식사로 햄김치찌개를 먹은 뒤 텐트를 쳤습니다. 텐트 안에서 산노래도 배우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에 대해 좀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치찌개를 한번 더 끓이고 저희 어머니께서 해주신 김치부침개를 데워 먹었습니다. 좀더 이야기를 나눈 뒤 11시 조금 넘어 잠에 들었습니다.

5월 27일 일요일

 4시에 기상하여 아침식사로 북어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생소한 이름의 북어김치찌개는 양념구를 챙기지 못하여 새로 개발한 메뉴입니다. 그럭저럭 배를 채운 뒤 5시 20분 종주를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6시 반에 대청봉이 보이는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쌩쌩 부는 바람을 타고 대청봉에 휙 하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서 하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하산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도중에 휴식을 취할 때 계곡에 들어갈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머리를 처박고 물을 마시니 꿀맛이었습니다. 십여km를 순식간에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로 향하였습니다. 3시 40분 차였지만, 차가 막혀 시간이 미뤄졌다며 4시에 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올 때는 2시간여밖에 걸리지 않았던 길을 정말 차가 막혀 4시간여를 달려서야 서울에 도착하였습니다.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하계훈련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왜냐하면 산악부를 통해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비록 고생스럽지만, 그로부터 몸과 마음 둘 모두 성숙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동국대 산악부는 저의 대학생활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요!^^ㅋㅋㅋ